
오래된 골목 안의 여유, 카멜 서촌점_ 커피 향으로 물든 시간의 미학
서울의 중심에서 ‘가장 서울스럽지 않은 동네’를 꼽으라면, 단연 서촌이다. 한옥과 골목, 오래된 담장 사이로 느릿하게 흘러가는 공기. 그 속에 내가 좋아하는 카멜 사장님이 또하나의 커피집, ‘카멜 서촌점(Camel Seochon)’을 오픈했다고 해서 직접 다녀와 보았다. 카멜 서촌점은 서촌의 매력을 가장 세련되게 담아낸 공간이었다. 성수에서 시작해 이미 커피 마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브랜드 ‘카멜커피’의 N번째 매장으로, ‘시간이 머무는 감성’을 완벽히 구현했다.
경복궁역 2번 출구를 나와 효자동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담백한 베이지색 건물 하나가 눈에 띈다. 간판도 크지 않고, 외관은 투박할 정도로 단순하지만 그 안에는 묘한 따뜻함이 스며 있다. 문을 열면 고요한 음악과 함께 향긋한 원두 냄새가 반긴다. 순간, 복잡한 도심의 소음이 뚝 끊기고 오직 ‘커피’에 집중하게 된다. ‘카멜’이라는 이름처럼, 사막의 낙타가 느긋하게 걸음을 옮기듯 이곳의 시간도 천천히 흐른다. 한 모금의 커피, 한 페이지의 책, 그리고 창가로 스며드는 햇살까지 모든 것이 차분하게 쌓인다.
카멜 서촌점은 유행보다는 기본기에 충실한 커피로 유명하다. 시그니처 메뉴는 ‘카멜라떼(Camel Latte)’, 이름처럼 이 집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한 잔이다. 에스프레소의 쌉싸래한 농도와 우유의 부드러움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한입 마실 때마다 고소한 단맛이 길게 남는다. 단맛이 인공적이지 않고, 원두의 고유한 풍미에서 오는 깊은 단맛이 느껴진다. 또 하나의 인기 메뉴는 ‘솔티크림라떼’. 짭조름한 크림과 달콤한 커피가 만나 묘한 밸런스를 이룬다.
단짠의 조화가 워낙 매력적이라 첫 모금 이후 멈추기 어렵다. 아이스 버전으로 주문하면 크림이 천천히 녹아들며 맛이 점점 변하는 재미도 있다. 핸드드립 역시 수준급이다. 원두는 매일 바뀌며, ‘산미가 강하지 않으면서도 향이 긴 여운을 남기는 스타일’을 기본으로 한다. 커피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선택의 즐거움이, 초보자에게는 부드러운 진입점이 되어준다.
카멜 서촌점에서는 디저트 메뉴도 빼놓을 수 없다. 대표적인 인기 메뉴는 ‘바스크 치즈케이크’와 ‘카멜 스콘’이다.
바스크 치즈케이크는 겉은 살짝 구워져 크러스트의 향이 고소하고, 속은 촉촉하고 부드럽다. 커피의 쌉쌀함과 만나면 단맛이 더 깊게 살아난다. 스콘은 밀도감이 높으면서도 건조하지 않아, 따뜻한 라떼와 찰떡궁합이다. 잼이나 버터 없이도 충분히 맛있다.
또 계절마다 바뀌는 디저트가 등장하는데, 봄엔 딸기 생크림 브라우니, 겨울엔 시나몬 브레드가 인기다.
카멜 서촌점의 인테리어는 ‘성수점의 모던함’과는 또 다르다. 이곳은 조금 더 따뜻하고, 조금 더 사람 냄새가 난다. 내부는 베이지와 브라운톤으로 통일되어 있으며, 원목 가구와 질감 있는 벽면이 어우러져 있다. 커다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공간 전체를 감싼다. 햇살이 비칠 때마다 커피잔 위로 그림자가 부드럽게 흔들리는데, 그 장면이 마치 한 폭의 사진 같다. 좌석은 많지 않지만, 그 덕분에 조용하다. 작은 테이블 몇 개, 벽면의 바 좌석, 그리고 2층으로 올라가는 좁은 계단까지 모든 곳이 포토존이라 사진을 안찍을 수 없었다. 특히 2층 창가 자리에서는 서촌의 골목길이 한눈에 내려다보여, 커피 한 잔과 함께 ‘서울의 오후’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카멜 서촌점은 이미 SNS에서도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카페’로 유명하다. 하얀 벽과 나무 질감이 만나 자연광이 부드럽게 퍼지기 때문인데 커피잔, 디저트, 그리고 손의 움직임 하나까지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특히 문 앞의 작은 현판과 유리창 너머의 내부 전경은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자주 보이는 포인트다. 오후 2시~4시쯤의 햇살이 가장 예쁜 시간으로, 그때 방문하면 빛의 결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
서촌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골목길이지만, 동시에 가장 ‘새로운 감성’을 품은 동네이기도 하다. 카멜 서촌점은 그 사이의 균형을 아주 잘 잡았다. 오래된 벽돌과 나무 문틀 사이에서 현대적인 감각의 커피를 마시는 경험 그것이 바로 이곳의 매력이다. 근처에는 통인시장, 윤동주 하우스, 경복궁 돌담길 등이 있어 산책 후 들르기에도 좋다. 커피 한 잔을 들고 서촌 골목을 천천히 걸으면, 복잡한 하루가 잠시 멈춘 듯한 기분이 든다.
- 위치: 서울 종로구 효자로 31 (서촌 카멜커피)
- 운영시간: 8:00 ~ 21:00 (라스트오더 20:30)
- 주차: 인근 유료주차장 이용
- 추천 시간대: 오전 10시~12시 / 오후 3시~5시 (햇살이 가장 예쁜 시간대)
카멜 서촌점은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그 담백함 속에 묵직한 여운이 있다. 한 모금의 커피로 마음이 따뜻해지고, 잠시 머문 시간이 오래 기억되는 곳. 서촌의 골목 안, 햇살과 나무향이 섞인 공간에서 카멜 커피 한 잔을 마시면 문득 “이 조용한 오후가, 참 좋다.” 이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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