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FOLKI, 햇살이 쉬어가는 카페

경복궁역에서 나와 서촌 길을 걷다 보면 크게 보이는 'FOLKI' 외부 모습.

 
서촌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FOLKI, 햇살이 쉬어가는 카페 
경복궁 돌담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왠지 모르게 시간의 속도가 느려진다. 그 길 끝자락, 소박한 간판 하나가 조용히 시선을 끈다. folki(폴키) 이름부터 따뜻한, 마치 “folk”라는 단어처럼 사람 냄새 나는, 그리고 “slow”라는 단어처럼 느릿한 온도를 가진 공간. 오늘은 이곳을 다녀와 보고 느낌 점을 적어보려 한다.
서촌의 정취와 닮은 카페 폴키의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건 향긋한 원두 향이 아니라, 공간이 주는 온도감이었다. 화이트톤 벽에 나무 가구, 은은한 음악, 그리고 낡은 창틀 사이로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 인테리어는 유행을 쫓지 않는 클래식 그 자체였다. 마치 누군가의 오래된 작업실 같은 느낌, 벽면엔 아기자기한 도자기 오브제와 작은 포스터들이 걸려 있고, 책장에는 사진집과 독립출판물이 나란히 꽂혀 있었다.
그 모든 디테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폴키”라는 이름을 완성하는 듯 했다. 자리에 앉으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직접 만든 듯한 세라믹 컵과 플레이트다. 모양이 일정하지 않아 오히려 더 따뜻한 느낌이었고, 이곳의 커피는 산미가 부드럽고 향이 길게 남는 편이었다. 시그니처 메뉴인 ‘폴키 라떼’ 는 우유의 부드러움과 에스프레소의 진함이 꽤 잘 어울렸다.
단맛은 살짝, 대신 고소함이 진하게 입안을 감싼다. 또 하나 추천하고 싶은 메뉴는 ‘얼그레이 크림 라떼’이다.진한 홍차향 위에 달콤한 크림이 살짝 얹혀 나오는데, 첫 모금부터 향긋함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티 베이스 음료임에도 불구하고 꽤 진한 여운이 남는 편이다.
크림은 느끼하지 않고 가볍게 녹아내리며, 홍차의 씁쓸함을 부드럽게 감싸준다.
디저트도 이 집의 중요한 포인트다.
하우스메이드 당근케이크는 촉촉함의 정석이었는데 계피 향이 은은하게 퍼지며, 크림치즈 프로스팅이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너무 달지 않아 커피와의 조화가 완벽했다. 날이 좋을 땐 창가석에 앉아 커피 한 잔과 케이크 한 조각을 두고 햇살을 받고 있자면 그게 바로 서촌 폴키의 매력이지 않나 싶다.
카페 내부는 크지 않지만, 오히려 그 아늑함이 주는 안정감이 있는 듯 하다.
낮에는 따스한 햇살이 들어오고, 저녁이 되면 노란 조명이 켜지며 전혀 다른 분위기로 변한다고 한다. 하루의 시작보다는 하루의 끝에 어울리는 카페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폴키의 또 다른 매력은 ‘사진보다 실제가 더 예쁜 카페’라는 점이다. 사진으로는 다 담기지 않는 공간, 그리고 유리창 너머로 스치는 서촌의 풍경이 폴키를 완성시킨다. 창문 앞에 놓인 화분, 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나무 테이블, 손에 잡히는 커피잔의 온기까지 모든 것이 조용히 존재한다. 바쁜 도심 속에서 ‘쉼’을 찾고 싶을 때, 폴키는 과하지 않게, 그러나 확실히 위로를 건넨다.
직원들의 응대도 따뜻했다. 적당히 거리감을 유지하면서도, 진심이 느껴지는 인사. 그게 폴키다운 매너다. 주말이면 웨이팅이 있을 정도로 인기 있지만, 그 기다림조차도 이곳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줄을 서 있는 동안 문틈으로 새어나오는 커피 향이 벌써부터 마음을 풀어주기 때문이다. 커피 한 잔을 다 마시고 나서도 쉽게 일어나기 힘든 카페, 그게 바로 서촌 폴키(folki)다. 밖으로 나서면 살짝 붉게 물든 하늘과 경복궁 돌담길이 다시 시야에 들어온다. 아마도 최근에 봤던 것 중 가장 따뜻한 장면이 아닐까 싶다.